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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Sounds    





음악가들은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소리를 만들어 세상에 발표해 왔다. 그리고 녹음과 데이터 처리 기술을 사용해 그 모든 소리를 디지털 아카이브에 저장한다. 이제 사람들은 인간의 가청 주파수로는 듣지 못하던 소리까지 아카이브에 추가하고 있다. 그 결과 세상에는 소리가 너무 많아졌다. 들을 소리가 지나치게 많을 때 우리는 풍요 대신 피로감을 느낀다. 오늘날 일상화된 노이즈캔슬링과 알고리즘 추천은 어쩌면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간편한 해결책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듣기 싫은 소리를 삭제하거나 익숙한 소리만 반복해서 듣는 것이 청취의 미래라면 음악은 너무 시시한 일이 되는 게 아닐까?

한 명의 음악가로서 어떤 소리를 보태야 할까 망설이던 나는 소리를 내기에 앞서 잘 들어보고자 했다. 나의 기억속에 있는, 동시대에 음악가로서 꾸준히 자기 소리를 내고있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은 어떤 소리를 들었고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또 어떤 소리가 본인에게 중요한지 물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중요한 소리’를 하나씩전달받았다. <12 Sounds>는 이렇게 수집한 12개의 음원과 인터뷰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스피커 한 개당 하나의 소리가 할당되어 있으며 스피커에 부착된 QR코드는해당 음악가의 인터뷰로 연결된다. 12개의 소리들은 컨트롤러를 통해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변화하며 4악장으로 구성된 구체음악이 된다. 이 음악은 12명의 음악가들이전해준 동시대의 소리풍경이자, 또 한 명의 음악가로서 내가 낼 수 있는 소리의 외연이다.

흔히 음악을 시간의 예술이라고 한다. 이때 시간은 물리적인 진동수나, 소리가 발생하고 사라질 때 까지의 포락선(Envelope)의 형태로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소리가 가진 시간성은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는 비가역적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소리는 저마다 특정 시대의 흔적을 담고있다. 소리를 듣는 사람 역시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청취 경험과 기억을 매개로 듣는다. 그렇기에 동시대 안에는 언제나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며 그 시간이 만나 관계를 이룰 때 비로소 의미가 발생한다. 나는 그 의미의다른 이름을 음악이라고 말한다. 오늘 저녁 우리가 함께 음악을 듣기 바란다.


1악장: Mässig (Moderate)
보통 빠르기

2악장: Sehr rasch (Very fast)
매우 빠르게

3악장: Litanei. Langsam (Litany. Slow)
기도문, 느리게

4악장: Entrückung. Sehr langsam (Rapture. Very slow)
황홀경, 아주 느리게




Sound &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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