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음악관련 데이터베이스 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에 따르면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에 등록되는 신규 음원은 하루에 12만개 정도라고 한다. 공식 집계되지 않는 다양한 상업적/비상업적 음원까지 포함한다면 오늘날 우리 주변에 들을 수 있는 음악의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음악의 범위를 환경음과 소음을 포함한 사운드의 영역까지 확장한다면 그 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주기가 일정하지 않아 음악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소리들을 음악의 세계에 편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20세기 초부터 꾸준히 이루어졌으며 현대음악과 사운드아트의 영역 뿐 아니라 대중음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향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히 음악과 소리로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다.
소리로 가득 찬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혹은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컴퓨터를 이용해 음악 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악기와 방대한 샘플 라이브러리 앞에서 잠시 머뭇거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자음악 회사들은 무한한 선택지를 한계 없는 창의력과 자유로움이라고 홍보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지는 창작자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듣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 너무 많은 소리가 있을 때 우리는 피로감을 느낀다. 피로감을 상쇄하는 몇 가지 방법도 개발되었는데 익숙한 자기 취향을 반복하거나(AI 알고리즘 추천), 듣기 싫은 소리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노이즈 캔슬링).
12 Sounds는 소리에 대한 피로감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오랜 시간 음악을 듣고 만들며 지냈던 작가는 익숙한 소리를 반복하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차단하지 않고 좀 더 유심히 들어보기로 한다. 그 출발은 나와 같은 시간대에서 음악을 듣고 만들고 있는 음악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떤 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는 음악가들을 만나 그들은 어떤 소리를 들었고, 어떤 고민으로 소리를 내고 있는지 물었다. 인터뷰는 ‘음악가를 하나의 장소로 가정하는 필드레코딩(Field Recording)’이라는 설정 하에 진행되었고 그 결과로 인터뷰 녹취와 별개로 ‘본인에게 소중한 소리’ 음원들을 전달받았다.
전달받은 소리는 12개의 스피커에 할당되어 있다. 각각의 스피커는 QR코드를 통해 소리를 전해준 사람의 인터뷰와 연결된다. 물리적 파형으로만 분석했을 때 분명 어디서 들어봤을 법한 소리들이 구체적인 사람의 생애와 시대와 이어지길 바랐다. 그 소리들은 다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소리의 재료가 된다. 어떤 소리를 전해줄지 미리 알 수 없었지만 그 소리들은 내가 속한 시대를 설명해 주었고 내가 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를 조건 지어 줬으며 나의 피로감을 덜어줬다.
12개의 소리들은 조금씩 섞이며 연결되고 때로는 불협하며 가상의 소리풍경(Soundscape)을 만들어낸다. 그 속에는 저마다가 고민하는 비동시대적인 요소들이 동시대적으로 혼재되어 있다. 혼재된 그 소리 역시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봤을 소리를 닮아있을지 모른다. 그 소리의 난해함에 혹은 익숙함에 또다시 피로감을 느낄지 모른다. 부디 그 피로감 속에서 귀가 닫히지 않기를, 저마다의 기억 속에서 의미 있는 소중한 소리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Sound & Interview
권병준(Kwon Byungjun)
정상권(Quandol)
남메아리(Nam Meari)
박경소(Park Kyungso)
박민희(Park Minhee)
유홍(Yoo Hong)
이태훈(Lee Taehoon)
정중엽(Jung Jungyeop)
조은희(Cho Eunhee)
최우정(Choi Uzong)
haihm
이해동(Lee Haedong)